"사람은 어떻게 말을 하게 되었을까"‥과거를 거슬러 가는 시간여행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앵무새는 곧잘 인간의 말을 흉내 낸다. 그건 앵무새가 인간의 말을 할 줄 안다기 보다 구강해부학적 특성에 기인한다. 반면 지능이
높은 침팬지나 개는 인간 언어의 발성을 거의 흉내 내지 못 한다. 침팬지는 근본적으로 다른 동물을 상당히 잘 ‘흉내 낸다’. 
이
는 ‘거울 뉴런’ 효과로 설명된다. 거울 뉴런은 인간은 물론이고 원숭이까지도 손가락 운동과 상대의 얼굴 표정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언어의 경우에는 침팬지의 모사 능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침팬지는 집중적인 훈련을 해도 그저 막연하게
한숨 쉬듯이 “헤” 또는 “에”라고 하는 것 이상을 발음하지 못 한다." (본문 일부)
수많은 연구가들은 개와
앵무새, 침팬지 등 다른 동물도 언어의 문법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지 혹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을
시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특별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각종 수술 방식으로 개와 원숭이의 두개골을 수없이 헤집어
봤다. 나아가 단순한 동물 실험만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발성기관 구조나 호흡을 비교하거나 화석 유골을 해부학적으로 분석해
언어와의 연관성을 찾아내려는 연구도 끊임없이 이뤄졌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의 특별한 재능이다. 이것은
단순히 의사소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언어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무기다. 인간은 언어라는 무기를 통해 생물학적 진화가 비슷한
동물들보다 더 높은 위치를 갖게 됐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지구의 자연사에서 획기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이다.
언어
의 발생 지점을 찾아 과거로 떠나는 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는 언어 발생과 관련한 다양한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어떤 가능성은
생물학적인 것과 관련이 있고, 어떤 가능성은 고고학이나 신경과학 혹은 화석인류학, 해부학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루트 베르거의
저술 '사람은 어떻게 말을 하게 되었을까'는 언어의 흔적을 찾아 자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 여행이다.
저자
는 “탐정 놀이를 하듯 여러 정황으로 미뤄 짐작해 가며 그림을 그려보기 위해” 생물학에서부터 신경과학, 고고학, 화석인류학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학문을 낱낱이살펴보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여러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현재 언어 연구가 다다른 지점을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왜 유인원이 말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지, 화석 유골인 ‘호모에렉투스’의 언어 능력은 어느 정도였는지, 더 나아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언어 규칙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학문적으로 풀어 놓는다.
20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언어능력을 본능보다 문화 작품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이
후 최근까지 학계를 지배해온 것은 촘스키의 보편문법 이론이다. 즉 모든 인간은 언어의 문법을 지배하는 요소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촘스키의 주장에 대해 여러 반대 사례를 제시하면서 "새로운 연구가들이 언어가 선천적인지, 아니면 환경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에 관한 물음의 답을 다시 찾아야만 한"고 강조한다.
언어에 대한 연구는 인류가 끝나는 동안 계속해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저자도 언어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설명한다.<루트 베르거 지음/김희상 옮김/알마 출간/값 1만85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출처: 아시아 경제 인터넷판 2014년 3월 3일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4030310451158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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