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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8-30 (목)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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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1 류병래-충대신문-그루터기-030901.pdf (318KB) (Down: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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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에게 방독면을 팔다?
2003년 9월 1일 충대신문 그루터기에 실린 칼럼을 여기에 옮겨 게재하고,
그럼으로써 오래 보관하고자 함 <관리자>



고라니에게 방독면을 팔다?

류병래 (언어 ․ 조교수)

“고라니에게 방독면을 판다”라는 스위스의 속담이 있다. 작가 프란츠 홀러는 이 속담의 유래를 하나의 짧은 글로 발표하였다: 옛날 어떤 상인이 있었는데, 그는 하도 유능해서 어떤 사람에게든 못 팔 것이 없었다. 치과 의사에게 칫솔을 판 적도 있고 제과점 주인에게 빵을 팔기도 하였으며 심지어 맹인에게 텔레비전을 팔기도 하였다. 그가 하도 거드름을 피우자 옆에 있던 사람이 “고라니에게 방독면을 팔 수 있다면 몰라도 그러기 전에는 유능한 상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 일갈하였다. 그 말에 상인은 도전에 나서 고라니들이 사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고라니에게 방독면을 살 것을 애원하였다. 그러나 고라니들은 여기는 공기가 좋다는 말만 남기고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 상인은 그 말에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짓더니 “필요하게 될 걸 ...”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숲 속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공기가 오염되고 도저히 그냥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가 되자 고라니들이 하나 둘 그 상인에게 찾아와 방독면을 사 가기 시작하였다. 의기양양하게 방독면을 팔게 된 상인에게 고라니 한 마리가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 공장에서 도대체 무엇을 만들고 있습니까?” “방독면이요!”

대학교육을 시장의 논리로 보려는 정책이 정부의 주도로 시행되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은 정부의 정책적 구미에 맞는 행정을 해야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되었다. 재정난에 직면한 대학들은 어쩔 수 없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앞 다투어 정부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대학의 본질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었다고 비판하면 억울해 할 대학 당국자들도 있으리라. 그러나 마치 방독면을 사러 상인에게 애원하는 고라니와 같은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 볼 일이다.

혹자는 어찌되었든 이런 과정에서 대학이 변하고 있으니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분명 대학은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나기 위해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라고 해서 항상 옳은 방향의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하고, 더구나 외부의 압력에 의해 일어나는 변화는 대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대학은 스스로 변했어야 하고 스스로 경쟁력을 갖췄어야 한다. 그러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 스스로 눈을 높여 세계의 대학과 경쟁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돌이켜 보면 그 숲 속에 공장을 짓지 못하도록 막지 못한 고라니들이 자성을 해야 하는 대목인 것이다.

시장논리의 교육정책이 몰고 온 부작용으로 여러 가지가 지적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학문의 편중현상과 바겐세일 현상을 심각한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대학에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 사이의 불균형이 심화되어 비인기학과의 경우 존폐의 위기에까지 몰리고 있는 부작용이 편중현상이라면, 비록 일부에 국한된다고는 하지만 백화점의 문화센터에서나 개설될 법한 제목의 강좌가 개설되고 그런 강좌에 학생이 몰리는 현상이 바겐세일 현상이라 할 것이다. 학문의 편중현상과 바겐세일 현상은 학교 당국이나 교수들 뿐 만 아니라 학생들도 새겨들어 시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나는 가끔 편한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학생들에게 하곤 한다. 마찬가지로 재미있는 것이 항상 좋은 것도 아니며 쉬운 것이 항상 좋은 것도 아니라는 말도 맞다. 대학교육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강의실에서 이루어진다. 강의실의 내실화 없는 대학의 내실화는 어불성설이고, 대학이 내실화 되지 않고는 대학의 세계화도 국제 경쟁력 제고도 모두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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