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전체   방문 :5,916,212
오늘   방문 :14
어제   방문 :14
전체글등록 :7,577
오늘글등록 :0
전체답변글 :274
댓글및쪽글 :11
작성자 담당교수
작성일 2007-08-28 (화) 18:51
홈페이지 http://ling.cnu.ac.kr/
분 류 문서
첨부#1 김차균_교수님_정년퇴임사-050223.txt (7KB) (Down:387)
ㆍ추천: 0  ㆍ조회: 4593      
IP: 168.xxx.10
김차균 교수님 정년 퇴임사
충남대학교 언어학과를 창립하시고 학과의 초석을 다지신 김차균 교수님이 2005년 2월 23일 정년퇴임을 하셨습니다. 김 명예교수님은 음운론 분야, 특히 방언연구에 한 획을 긋는 연구업적을 남기셨고 자랑스러운 충대인에도 선정되신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후배 교수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좋은 글로 여기고 있기에 여기에 게시해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길이 보존하고자 합니다. <관리자>


정년퇴임 교수 대표 인사 말씀


같이 정년을 맞은 훌륭하신 세분 교수님들께서 이 사람을 대표자로 한 말씀 올리라고 한 것은 김 교수는 가장 말없는 교수였으니, 이제 이 자리에서나마 한 마디 해 보라고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네 사람을 대표해서라기보다는 네 사람 가운데 한 사람으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자기표현은 글이나 말로 할 수도 있고, 조용한 가운데 실천을 통해서 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백마 동산에 드나들면서 말없는 가운데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통해서 이미 충남대인 여러분에게 대한 나의 뜻을 전해왔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떠나가는 것을 기념해 주는 이 자리에서 고맙다는 인사말 이외에 무슨 말이 새삼스럽게 필요하리요마는 우리 대학이 21세기에 살아남아서 세계적인 명문 대학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평소에 생각해 왔던 바를 몇 마디로 정리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학교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50여년이 넘게 역대 총장님들을 비롯한 많은 교수님들과 행정직원 여러분의 일치된 노력과 협력에 힘입어 한국의 유수한 국립대학으로 균형 있게 발전해 왔습니다. 또한 지역 사회의 구성원 여러분의 애정과 후원도 대학 발전에 큰 몫을 해 왔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의 발전은 주로 대학의 겉모습을 갖추는 일이었습니다.
대학의 궁극적인 변화와 발전은 연구를 주로 하는 다수의 평교수의 질적 수준의 향상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구에 열중하는 다수의 교수는 대학의 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꽃이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돈만으로는 되지 않고, 총장을 비롯한 보직 교수와 행정직원 여러분은 농사꾼이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연구하는 교수들을 돕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모든 직원들이 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은 학생들에게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일입니다. 물론 취업 지도도 빼어 놓을 수 없습니다. 학교를 나의 명성과 권리와 이익을 얻는 장으로 보지 말고, 배움의 장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큰 성과가 있었을 때는 자랑하지 말고 그 공덕을 대학의 구성원 모두에게 돌리고 보면 자연히 크게 칭송을 받을 것입니다.

다음은 우리 충남대학교의 가족 모두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짐을 지고 다니기에도 버겁습니다. 남을 통제하고, 지시하고, 심판하고, 내가 자의적으로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어 남을 뜯어고치려 하고, 지배하려고 하고, 이래서는 싸움은 그칠 날이 없고, 학교 발전도 있을 수가 없습니다. 겸허하고, 용서하고, 사랑하고, 평온하고, 평화롭게 지내야 합니다. 절대로 남과 싸우지 마십시오. 내 자신과도 싸우지 마십시오. 나를 남이 공격해 오더라도 맞대응하지 마세요. 치졸한 싸움으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오직 나와 남이 살아가야 할 공도의 기반을 황폐화시킬 따름입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아서 그 일에만 일심을 다하고 있으면 반드시 모든 일이 잘 해결될 것입니다.

다음에는 이 학교에 남게 될 젊은 교수님들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학문하기를 권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상아탑 시대에 학자는 고고한 학문의 세계를 탐구했고, 속인은 거기에 접근할 엄두도 낼 수 없었습니다. 웬만큼만 노력하면 당대에 명성을 날렸고, 좀더 노력하면 일이 백년을 따라잡지 못하는 학자가 되는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에는 학문의 목적이 오직 지식의 탐구 곧 정보의 확보에 있는 것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정보는 널리 학자가 아닌 일반 사람에게도 보급되고 있으며, 빨리 물질 및 돈과 결부되어 세속화되고 상식화되고 맙니다.

이러한 세계 속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적인 석학은 사실상 있을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최첨단 이론이나 기술이라는 것이 나오면, 나오는 그 날이 바로 세속화되는 날이며, 그 속도는 빨라서 대부분의 학문은 6개월 정도면 이미 생명력이 없어지며, 오래 가도 3년을 버티지 못합니다. 학자들은 비교 우위에 시달리며, 새로운 것을 쫓아다니다가 40대 후반이면 지쳐버립니다. 이리하여 학자들의 조로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비교우위의 무한경쟁 속에서는 남을 밟고 올라서야 자신이 높아지는 것처럼 보이며, 남을 무너뜨려야 자기가 성공하는 것으로 보일 것입니다. 학문의 질적인 향상 없이 논문을 3편 쓴 사람보다 5편 쓴 사람은 더 높은 평가를 받고, 5편 쓴 사람보다 10편이나 20편 쓴 사람은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이렇게 해서 시간과 물질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내다가 보면 얼마 가지 않아서 자신이 너무나 왜소하고 상대적으로 초라함을 느낄 것입니다.

우리는 무한경쟁의 상태를 극복해야 진정한 학문의 탐구는 가능하며, 그래야만 세계적인 명문대학을 이룩할 수가 있습니다. 진정한 대학의 발전은 무자비한 경쟁 속에 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뛰어넘어 100년이나 200년에 한번 나타날 수 있는 높은 경지에 자기 분야의 학문을 올려놓는 데에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학자를 세계적인 석학과 구분하여 세기적인 석학이라고 부르고자합니다. 이러한 경지에 오른 학자도 노력 여하에 따라 자기 갱신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지에 있는 학자의 자기 기록 갱신은 로그값으로 갱신되기 때문에 같은 분야의 범상한 학자 100명이 10년 동안에 이룰 일을 단 1년 동안에 혼자서 성취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우리의 젊은 교수 여러분은 머리로는 세계 어느 대학의 교수들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뒤에 오는 사람은 앞서간 사람보다 위대합니다. 학문 연구 이외의 다른 일을 돌아보지 않고 30년이나 40년을 오롯이 연구에 바칠 수만 있으면 여러분들 가운데서 세기적인 석학이 한 세대 안에 여러 명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대학의 발전이요, 인류에 보답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그 경지에 이르면 자기가 해 오던 분야에 대한 지식이 손바닥 속의 한 구슬같이 환하게 드러나서 사통팔달로 막힘이 없어질 것입니다.

학문을 하다가 보면 자만심에 빠져서 명예를 추구하고, 나를 알리는 데에 시간을 보내고, 남의 칭찬과 상을 받는 데에 연연해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은 학문 탐구의 추진력의 뿌리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공부하는 학자에게는 가장 위험한 고비입니다. 강아지에게 은방울을 달아주건 금방울을 달아주건 강아지는 여전히 강아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남에게 알려져서 당대에 남의 인정을 받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정을 받느냐 못 받느냐는 나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남의 인정을 받는다 하여 자만하지 말고, 못 받는다 하여 마음 아파하지 마십시오. 내가 세기적인 석학이 되었는지 아닌지는 남이 알기에 앞서 나 자신이 먼저 압니다. 비교우위의 무한 경쟁을 뛰어넘어 세기적인 경지에 도달해서 느끼는 성취감은 남의 칭찬에서 받는 기쁨보다 10배는 더되는 것이어서 그 자체가 영원한 축복이요 기쁨이 될 것이며, 지금 알려지지 않을지라도 어느 때인가는 반드시 찬란한 빛을 발할 것입니다.

저희들 네 사람은 이렇게 훌륭하게 가꾸어 주신 충남대학에서 20년 가까이 또는 30년이 넘게 교수로 봉직하다가 정해진 시간에 건강하게 그리고 명예롭고 당당하게 퇴직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그 자체로 일생에 최대의 축복과 영광으로 마음속에 간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겠습니다.

끝으로 3일 후인 28일에 정년퇴임 식을 앞두고 당신의 일에도 바쁘실 텐데 이러한 자리를 마련하여 저희들을 위하여 찬사와 격려를 해 주시고 성대한 연회까지 베풀어주시는 이광진 총장님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현직에 계신 모든 충남대 가족 여러분과 먼저 거쳐 가신 모든 선배 교수님들과 직원 여러분께도 고마운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새 학기에 부임할 양현수 차기 총장님께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충남대의 대학원생들과 학부학생들에게도 각자가 자신과 모교의 발전을 위해 위해서 열심히 공부 잘해 달라는 격려의 말씀을 올립니다.

아울러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저희들을 축하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오신 가족, 친지, 선배, 동료, 후배, 제자를 포함한 모든 하객 여러분에게도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와 더불어 여러분의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김차균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5 문서 캠퍼스의 어두운 취업률 그림자 인문학 2015/07/24 17:36 1934
4 문서 대학에서의 인문학 진흥, 어떻게 할 것인가 류병래 2015/07/24 17:10 1341
3 문서 고라니에게 방독면을 팔다? 관리자 2007/08/30 11:45 5109
2 문서 김차균 교수님 정년 퇴임사 담당교수 2007/08/28 18:51 4593
1 문서 학과장 인사말 관리자 2007/08/27 10:48 3856
1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학로 99 충남대학교 인문대학 언어학과
류병래 교수 연구실 (빌딩 W-7 (인문대학) 423호)
TEL: 042-821-6396 / FAX: 042-823-3667 / 과사무실: 042-821-6391